방문을 환영합니다.

일반

한글문화학교 오마이뉴스기사

2005.07.14 21:23조회 수 7441댓글 7

    • 글자 크기
“우리 한글, 우리 진도 많이많이 싸랑해요!”
진도 한글문화학교 외국 출신 주부들의 합창
김남용(gong) 기자


“모두 따라해 보세요. 깍! 두! 기!”
“가악…두우…기.”
“깍, 까악!”
“가악.”

매주 화요일·목요일 저녁, 어둠이 스며드는 진도읍에는 어느 곳보다 환하게 불이 켜지는 곳이 있다. 낯선 이국으로 시집을 온 외국 출신 주부들의 배움터인 ‘한글문화학교’가 불을 밝히는 시간이다. 여느 야학과는 달리 ‘한글문화학교’에서는 한국말과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진도사랑연대회의(이하 진사련)가 운영을 맡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진도지회 소속 선생님들이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한글문화학교’는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문화적 시스템이 척박한 지역사회에서 생활공동체로서 모범이 되고 있다.

진도에는 현재 40여 가구가 국제가정을 이루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주부들은 조선족과 중국인, 일본인,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 등 국적도 다양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농촌총각 4명 중 1명이 외국 여성과 결혼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진도 지역도 이러한 추세를 따라가고 있기에 외국인 주부들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에 지역에서 시민단체 활동을 해 온 진사련과 전교조 진도지회가 뜻을 같이 해 지난해 11월 29일 ‘땡땡땡’ 첫 학교 종을 울린 것이다.



▲ 2005년 7월 12일 '한글문화학교' 수업 장면 / 학생 수가 처음 21명에서 6~8명으로 줄었지만, 꾸준히 나오는 학생들은 맞춤법을 공부할 정도로 수준급이다. 국제가정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역사회의 관심이 절실하다

ⓒ2005 김재현

한글문화학교는 운영 목적에서 ‘진도에 살고 있는 외국 출신 주부의 숫자가 늘어가고, 국제가정의 자녀들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고 있다. 하지만 언어와 문화 차이로 인해 국제가정의 2세들에 대한 학습지도와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는 외국 출신 주부들(2세 포함)을 위한 한글문화학교를 개설하여 한글을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다양한 독서와 문화체험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한다. 이로써 그 분들이 대한민국의 주권자로서 당당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고, 진도군민으로서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글문화학교를 담당하고 있는 정문영씨(43)는 “외국 출신 주부님도 우리 진도군민이므로 우리와 함께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에서 한글문화학교를 열게 되었다”며 “진도군민들은 이들을 한 식구처럼 따듯하게 보살펴 주고, 외국 출신 주부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한글과 한국문화를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처음 개강할 때는 일주일에 나흘 수업을 했지만 지금은 여러 가지 문제로 이틀로 줄었다”며 “학생들이 한국에서 가장 오지로 시집을 왔고, 어찌 보면 진도를 위해 큰일을 하고 있는 분들이기에 군청이나 지역사회의 특별한 배려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쌓여가고 있다. 처음 21명이 야학에 등록했지만 지금은 꼬박꼬박 수업을 받는 사람이 평균 6~8명 정도다. 해가 지고 나서도 일하는 날이 많은 농촌 생활환경이 이들의 배움을 가로막고 있고, 남편이나 시부모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부족한 상황이다. 국제가정의 주부들이 한글과 한국문화를 배우는 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단순히 의사소통의 문제가 아니라 가정의 존속과 2세들의 미래까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진도라는 섬이 좁은 지역이 아니라서 등·하교에 큰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진사련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도우미가 되어 이들의 등·하교를 돕고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을 등·하교시키는 데만 40~50분이 걸리고, 도우미들의 생활 여건도 녹녹치 않은 편이다.



▲ 해맑은 아이들. 엄마들이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동안 아이들은 좁은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다. 왼쪽부터 정서이(10), 송상혁(5), 정서진(13), 윤순미(4), 서영재(6), 송상혜(4). 서진과 서이는 정문영씨의 딸들인데, 한글문화학교가 열리는 날이면 학교에 나와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다.

ⓒ2005 김남용

또한 야학에 나오는 주부들은 대부분 아이들과 함께 오기 때문에 수업 진행에 어려움이 많다. 수업에 집중해야 할 아까운 시간에 아이들을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진사련에서는 여러 경로로 아이들 놀이방을 알아보고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수업이 진행되는 1시간 30분 동안만이라도 아이들을 돌봐줄 도우미와 마땅한 장소가 있다면 수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강 때부터 열성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진도중 차윤석(43) 선생님은 “‘ㄱㄴㄷ’을 가르치던 시절을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며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문장과 맞춤법을 공부하고 있으니 학습 진도가 굉장히 빠른 편이다”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생들마다 국적과 언어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학습 수준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한글을 통해 우리 문화를 알릴 때는 각각의 출신 나라 문화를 대입해 한국의 고유한 문화를 이해시키고 있다. 학생들에게 문화라는 것은 ‘틀린’게 아니라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다”며 “가정형편이나 한글의 어려움 때문에 배움을 포기한 분들도 다시 한글문화학교에서 만나고 싶다”며 아쉬움과 기대를 동시에 나타냈다.

그의 부인인 김봉임(40) 선생님도 90분 내내 쉬지 않고 학생들에게 아낌없이 배움을 나눠주었다. 그는 일본 출신 주부와 한국어가 느린 아이들을 일 대 일로 가르치고 있었다. 특히 가스꼬라 불리는 일본인 주부는 지역에서 문화해설사로 활동할 만큼 열정적으로 한국문화를 배우고 전파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가스꼬씨의 경우는 한글문화학교가 지속되어야만 할 이유를 반증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2005년 7월 12일 한글문화학교 수업이 끝나고 기자의 요청으로 선생님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었다. 이들과 한국인이 다른 점이 있었다면 언어뿐이었지만, 한글문화학교를 통해 그 언어의 장벽도 극복하고 있다. 진짜 진도사람이 된 이들은 합창했다. "우리 한글, 우리 진도 많이 많이 싸랑해요!"라고.

ⓒ2005 김남용

이국 타향인 한국에, 그것도 낙후된 진도라는 섬으로 시집을 온 그네들은 결코 이방인이 아니었다. 교실에 들어서면서부터 밝은 웃음으로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네고, 힘든 현실 속에서도 한국문화를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그네들은 그 누구보다 사랑스런 한국인이요 진도사람이었다.



한글문화학교는 국제가정뿐만 아니라 군민들 중에서도 아직 한글을 배우고자 하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한글문화학교에서 한글을 배우고자 하거나 후원(학습자재나 학용품, 놀이방, 아이들 도우미 등)을 하려면 진도사랑연대회의(http://jinsa.jindosarang.or.kr)나 정문영씨(016-683-9989)에게 연락하면 참여할 수 있다.
[이 게시물은 사무국님에 의해 2006-07-10 09:15:41 자유게시판에서 복사 됨]
    • 글자 크기
좋은 기사인데...언론보도로 이동시켜 주시길 오늘도 사랑의 길을 걷는다 - 우리힘닷컴

댓글 달기 WYSIWYG 사용

글쓴이 비밀번호
댓글 7
  • 우리 홈페이지가 진도군청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었는데
    ]에라가 있어서 몇일간 참여를 못 했답니다
    많은 글을 올려주신 님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좀더 구체적이었으면 더욱 좋았을 걸---
    사랑한다는 것은 늘 고마웁고 좋은 것이지요
  • 김남용님! 좋은 글 gam4합니다.
    지역에 대한 깊은 관심과 사랑의 결실이 있기를 바랍니다.
  • 오마이로 가서 다시 클릭...
    정문영 교감선생님을 비롯하여 내담당인 에밀리 하이다씨 모두모두 화이팅!!!
  • 김남용글쓴이
    2005.7.14 21:23 댓글추천 0비추천 0
    앗, 이 기사는 제가 옮긴 게 아닌데...김재현 선생님. 올린 이 이름을 바꿔주세요.^^* 뭐 상관 없지만, 한글문화학교가 전국으로 퍼져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진도 한글문화학교......눈물 나는 희망입니다. 제가 술 좀 마셨거든요..오늘......술 기운 때문이 아니라....진도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답니다. 모두들 힘을 내세요~~~
  • 참!
    기사 말미에 "이기사를 톱으로"라는 버튼을 클릭하시면 추천이 된답니다.
  • 너무멋찌다...
    김남용회원 화이팅.....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268095

    오마이뉴스에 찾아가 보세요.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수
27 진도신문-상수도 통합운영…민영화 초기단계 ‘논란’ 2011.11.20 4262
26 의회활동 인터넷 생중계 실시하라 - 진도신문 2011.01.19 5186
25 시민단체 감사패 받은 경찰 ‘눈길’ 2010.01.19 5663
24 "진도 공무원노조 재결성해야" 2009.09.03 6325
23 "진도-제주 해저케이블 대신 LNG발전소 건설하라" 2009.09.03 6066
22 MBC진도군의원 예산낭비 선심성예산편성 2007.03.22 7782
21 목포MBC 보도, 서남권 개발관련3 2007.02.11 7516
20 진도 여귀산 수종갱신 논란 2006.12.27 8073
19 국립남도국악원, 이주여성 돕기 나서_뉴스시 2006.12.11 7044
18 진도군 지방채무로 ‘허리 휜 다’ 예향진도 2006.12.11 7059
17 박 지사님, 진도에 공립유치원 좀 설립해 주세여! 2006.12.11 7364
16 좋은 기사인데...언론보도로 이동시켜 주시길 2006.11.07 6898
일반 한글문화학교 오마이뉴스기사7 2005.07.14 7441
14 오늘도 사랑의 길을 걷는다 - 우리힘닷컴 2006.04.17 7313
13 진도군 시민단체 5.31 선거관련 성명서 발표 2006.04.14 6659
12 진도 시민단체, 공직사회 선거개입 경고 - 우리힘닷컴 2006.04.14 6766
11 5.31 진도군수 선거에 시선 집중 - 조은뉴스 2006.04.14 6242
10 바다가 쓰레기 종착지인가 매립장인가 2006.04.14 6876
9 "낙천·낙선운동으로 제2의 유권자 혁명 달성" 2006.04.14 7618
8 "당신은 영원한 진도인입니다" 2006.04.14 5972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