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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쓰레기 종착지인가 매립장인가

2006.04.14 11:34조회 수 6876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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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쓰레기 종착지인가 매립장인가
[오마이뉴스 2005-03-28 15:35]





[오마이뉴스 김준 기자]쓰레기를 보기 위해 섬을 찾은 것은 두 번째다. 지난해 11월 연안보전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이 초청해 ‘해양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쓰레기를 보기 해남과 진도사이(진도대교 부근) ‘사슴섬’에 갔던 것이 처음이었다.

사실 바다와 섬이라면 제법 가는 편에 속한 필자지만 그들이 이야기하는 쓰레기에 대한 접근은 생소했고 매우 진지했다. 특히 쓰레기를 수거하고 모니터하는 차원을 넘어 ‘문화론’적으로 접근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도 매우 신선했다. 사실 환경은 ‘문제’가 아니라 그 자체가 사회와 문화적 구조가 만들어낸 생산물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섬쓰레기 문제를 3회에 걸쳐서 연재하려고 한다.















▲ 쓰레기더미에 가려진 조간대(진도 신기)
ⓒ2005 김준
우리나라에는 섬이 총 3400여 개로, 이 가운데 2900여 개가 남한에 분포해 있다. 섬과 섬, 섬과 육지 사이에 바다가 있어 이들을 연결시켜주는 소통로 역할을 하지만 바다는 그대로 섬사람과 연안주민들의 삶의 공간이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고 연안지역의 지자체들은 열악한 지방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서 연안지역의 바다 모래, 규사 등 지하자원을 개발하여 어민들과 환경단체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서남해안에서 잡히는 고기의 대부분이 바다모래와 갯벌에서 산란을 하며 성장하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팔리는 오젓, 육젓의 원료인 새우의 70~80%가 임자도, 낙월도, 칠산어장에서 잡히고 있다. 이들이 서식하는 곳도 모래갯벌이다. 따라서 바다모래를 채취하는 것은 연안지역 어민들의 생업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일이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체험형관광이라는 이름으로 생태계가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다. 도시 관광객들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안도로를 만들고 각종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과거에 어민들이 그렇게 시멘트포장이라도 해달고, 선착장이라도 만들어달라고 할 때는 이런 저런 이유로 정책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선거용으로 말만 무성하더니 이제 주민들이 떠나고 갯벌과 바다를 관리할 사람마저 없는 곳에 도로도 뚫리고 선착장이 놓이는 곳도 있다.

섬에 올라 쓰레기를 줍다

쓰레기를 보기 위해서 섬과 바다를 찾기 시작한 것은 도서연안지역의 쓰레기와 생태관광에 관심을 가져온 ‘연안보전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와 ‘도서 환경조사와 섬쓰레기 저감을 위한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의 지역 활동가들을 만나면서였다.

사실 섬과 바다를 찾는 것이 ‘쓰레기’를 보기 위해서라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여름철 해수욕을 즐기기 위해서, 겨울철 탁 트인 바다, 동해의 일출이나 붉은 노을을 만들며 지는 서해의 일몰, 그것도 아니면 싱싱한 회에 소주라도 한잔하는 정도를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작년 가을에 찾았던 ‘사슴섬’에는 쓰레기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지만 이번에 찾았을 때는 그때에 비하면 거의 쓰레기를 찾을 수 없었다. 나중에 확인한 일이지만 지난달에 쓰레기를 청소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시민행동’ 활동가들의 날카로운 눈초리를 빗겨가진 못했다. 불과 1시간만에 중국, 일본에서 생산된 어구, 생활쓰레기들을 찾아냈다. 중국절강성 지역에서 만든 농어를 잡는 낚시용 부표를 비롯해 물병, 라이터, 낚시 밑밥 포장비닐 등 다수가 발견되었으며, 일본에서 생산된 것으로 확인된 문구류(화이트)도 발견되었다. 그 외 김양식 사용된 대나무와 염산통, 스티로폼 등 우리나라 쓰레기는 말할 필요도 없이 많았다.















▲ 쓰레기를 모니터링 활동을 하는 연안보전네트워크 상임이사 김환용(49, 왼쪽)와 서남해도서환경센터 사무처장 한해광(38, 해남YMCA, 오른쪽)
ⓒ2005 김준
서남해안의 섬과 연안지역의 쓰레기 모니터링을 3년째 하고 있는 ‘시민행동’의 실무책임자 한해광(해남YMCA)씨는 허탈해 했다. 정작 쓰레기를 수거했으니 다행이지만 단순하게 수거에 그치지 않고 어떤 쓰레기가 언제 어디서 얼마나 오는가를 기록하는 것이 수거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민간단체를 활용한 모니터링이 활성화되어 이를 통해 연안관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한국이나 중국에서 해류를 타고 넘어오는 ‘월경쓰레기’도 꼼꼼하게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자료는 국내 해양정책 수립만 아니라 조류의 소통이 갖는 무국적성 때문에 훗날 발생할 혹은 국가간 해양쓰레기문제 해결의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내친 김에 배를 돌려 진도의 군내면 신기리 인근 해안으로 옮겼다. 그곳은 멀리서도 조류에 밀려 차곡차곡 쌓여져 있는 쓰레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사슴섬’에서 발견된 것 종류는 비슷하지만 1킬로미터도 못되는 해안에서 쉽게 중국과 일본에서 생산된 쓰레기들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 쓰레기로는 해남과 진도 인근 바다에서 대규모 김양식이 이루어지고 있는 탓인지 대나무에 붙은 김이 그대로 밀려와 있는가 하면, 다방에서 단골집에 아침마다 배달하는 생수통도 발견되었다.

해안에 버려지는 쓰레기 대부분 육지에서 온다

해양폐기물은 장소에 따라서 구분한다면 해안에 쌓이는 것과 바다 속에 가라앉은 것, 해상에 떠 있는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해상에 떠 있는 폐기물은 조류에 따라 섬과 연안지역의 해안에 정착하기 때문에 해안에 쌓여 있는 폐기물과 함께 확인이 가능하지만 바다 속에 가라앉은 폐기물은 특수한 장비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에서 접근하는 것이 제한적이다.

해안쓰레기만 한정해서 살펴보면, 2002년 국제 연안정화의 날을 맞아 연안보전네트워크를 비롯한 많은 연안환경 보전활동을 해온 민간단체들이 전국 해안지역 23곳의 해안에서 폐기물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 76.2%가 육상에서 투기된 쓰레기인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에서도 2000년을 ‘바다쓰레기 청소 원년’으로 선포하고 연차적으로 바다쓰레기를 건져 올리고 섬과 연안지역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그리고 2001년부터는 우리 정부도 국제 연안정화의 날(International Coastal Cleanup Day)에 참여국으로 등록하고 다양한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 대마도 고우사키해안에서 모니터링과 청소를 하는 일본환경단체회원들(서남해도서환경센터)
ⓒ2005 김준
그리고 2004년에는 저인망어업, 잘 아는 말로는 ‘고대구리어업’을 금지시키면서 어민들에게 공공근로 사업으로 쓰레기 수거사업을 실시하기도 하고, 예산에 따라 한정적으로 쓰레기를 수매하는 지자체도 있다. 모두 임시방편이지만 바다 속 쓰레기까지는 미치지 못하지만 눈에 보이는 쓰레기의 심각성은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육상 및 대기오염은 인간(도시인)들이 피해를 직접 느낄 수 있어 여론화가 쉽고, 그 대책도 비교적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섬과 연안지역은 접근하는 사람들이 한정되어 있고 해양의 자정능력에 대한 지나친 믿음 때문에 그 중요성과 대책수립이 소홀하게 취급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해수욕장이나 관광지 등은 성수기를 앞두고 지자체나 지역단체들이 환경정비작업을 추진하지만 사람이 찾지 않는 무인도나 사람이 찾지 않는 사각지대는 계절에 따라 쓰레기가 쌓이고 다시 바다로 떠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 대마도에서 수거한 중국산 쓰레기들로 서남해안에서도 발견되는 것들이다(서남해도서환경센터 제공)
ⓒ2005 김준















▲ 진도 신기마을 해역에서 발견한 중국어민들이 사용한 어구들
ⓒ2005 김준
다국적 쓰레기가 모이는 섬

특히 섬 쓰레기는 계절풍의 영향을 받아 겨울철에는 조간대에 쌓였다가 남서계절풍이 부는 여름철에는 바다로 떠간다. 지리적 특성상 대륙에서 부는 북서계절풍을 타고 바다에 떠 있는 쓰레기들이 우리나라와 일본의 섬과 연안지역에 쌓이는 것이다. 이때 중국의 쓰레기들도 같이 밀려와 쌓이고 있다.

이렇게 밀려 국경을 넘어온 ‘월경쓰레기’들은 음료수병, 캔류, 유기산통, 라이터, 각종 어구류, 과자봉지나 낚시 밑밥 포장지, 유기산 통 등 매우 다양하다.

중국산의 경우 상품의 포장지를 분석해보면 대부분이 많은 폐기물이 절강성에서 생산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겨울철에 해류를 타고 서남해역의 섬과 연안지역에 정착하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들 쓰레기들은 비금도, 흑산도, 진도, 녹도 등 섬 지역은 물론 해남, 신안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환경 센터’가 밝힌 자료에 의하면 일본의 이시카와현의 해변에서 발견된 폐기물 중에 문자표기로 기원국을 구분할 수 있는 플라스틱 제품이나 병 등을 조사한 결과 전체 38%가 한국, 7%가 중국과 태국에서 기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서남해안에서도 여러 나라의 쓰레기들이 확인되고 있다. 환경센터가 2004년 10월 모니터링한 자료에 의하면 거문도에서는 말레시아, 인도네시아, 중국, 호주, 일본산 상표가 붙은 쓰레기가 확인되어 ‘국제 해양폐기물 집합소’로 불리기도 했다.















▲ 일본 섬쓰레기 모니터링 단체 JEAN 고지마씨가 비금도에서 발견해 중국쓰레기가 서남해역을 통해서 일본에 표착하기도 한다고 입증한 라이터와 어구.
ⓒ2005 김준
동해해역에 비해서 서해해역의 해양폐기물이 더 심각하다. 그렇다고 해서 동해해역에 해양폐기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해양폐기물은 해류를 따라 이동하다 섬이나 연안지역에 정착하는 것이다. 서남해역에 대부분의 섬들이 집중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폐기물들이 이곳에서 확인될 뿐이다.

그 동안 일본에 해양폐기물을 모니터링하고 연구하는 시민단체와 연구자들은 중국쓰레기가 한국을 거치지 않고 조류를 타고 바로 일본에 정착하는 것으로 보고해왔다. 하지만 ‘시민행동’이 모니터링 한 결과에 의하면 대마도를 비롯한 일본의 도서와 연안지역에서 발견되는 중국산 해양폐기물들은 대부분 서남해안에서 발견되고 있다.






























연안관리운동을 하는 환경단체 1
서남해도서환경센터

우리 나라에 연안관리보전운동을 하는 대표적인 단체로는 ‘서남해도서환경센터’(이하 ‘환경센터’)와 ‘연안보전네트워크’가 있다.

연안운동을 하는 지역단체들을 중심으로 지난 2002년 12월 중순 연안운동을 하고 있는 다양한 단체들이 모여 해양운동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논의를 하던 중에 ‘서남해안 도서환경조사와 섬쓰레기 저감을 위한 시민행동’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이 프로그램은 경기권·,충남권·전북권·전남권·경남권 등 권역을 중심으로 서남해안 섬을 네트워크화하여 섬의 환경조사와 섬쓰레기 저감을 위한 다양한 운동을 전개해 왔다.

여기에 참여하는 단체들은 해남YMCA 사무국을 중심으로 홍성·통영·목포·여수YMCA의 지역단체와 인천환경운동연합·군산녹색주민연대·푸른무안21협의회·푸른신안21협의회·남도문화활동네트워크·자연사랑메아리·진도사랑연대회의 등 다양한 민간단체들이다. 또 지속적인 활동과 국가 간 이동쓰레기를 조사하기위해 지난해9월15일에 서남해안도서환경센터(상임대표 이규형)를 창립하여 활동활동하고 있다. / 김준 기자
2003년 해양환경운동의 국제협력을 위한 ‘도서환경 및 섬쓰레기 저감을 위한 시민행동’과 일본의 클린업 전국조직인 JEAN(Japan Envirmental Action Network)의 민간단체 교류에 참석한 고지마 대표는 비금도에서 일본에서 발견된 중국산 라이터를 확인해 일본에서 보고해 이를 입증하기도 했다.

어민들이 농사를 짓는 갯벌이나 바다는 비교적 깨끗하다. 그렇지만 바다 속을 드려다 보면 그곳에 지구상에 온갖 것들이 다 모여 있다. 파도가 치고 바람이 불고 속을 한번 뒤집어 놓으면 바다는 그것을 뱉어낸다. 이들 쓰레기는 ‘다국적’이다.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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